CEO의 글쓰기
HIT : 398 WRITER : 다이애나 홍 DATE : 2009-01-08 20:34:53

리더가 사는 법 |CEO의 글쓰기 공식

기사입력 2009-01-08 01:00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기술이 발전한 하이테크일수록 오히려 ‘하이터치(High-Touch)’ 능력이 중시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이터치란 다른 사람과 공감하면서 그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나의 흉금을 열고, 상대의 심금과 마음의 거문고 줄을 울려 감동하게 하는 능력이 곧 하이터치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터치 능력에는 글쓰기가 빠질 수 없다.

실제로 개혁 개방정책을 펼쳐 중국의 21세기를 건설한 지도자인 작은 거인 덩 샤오핑은 “글을 쓰는 것은 지도력을 키우는 중요한 방법이므로 고급간부들은 펜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한다.

CEO가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편지를 보내거나 칼럼을 쓰는 것 등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직원의 마음을 톡 하고 건드려 파고드는 글쓰기 공식을 익히고 나면, 누구나 쉽게 하이터치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직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글쓰기 묘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은 한 개만 던지라.

서커스 등을 보면 저글링이나 접시 던지기 묘기를 하는 사람이 나온다. 한 사람이 수많은 접시, 공을 위태위태 던지고 받는 것을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하지 않은가. 메시지 전달도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전달하려 하지 말라. 남에게 너무 많은 공을 한꺼번에 던지는 것은 공을 한 개도 받지 말라는 이야기와 똑같다.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강강강, 같은 세기로 모든 것을 말하려 하는 것이 하나도 말하지 않으려 하는 것과 같다.

내가 오늘 직원들에게, 칼럼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 단어로 무엇인가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 하나에 대해 똑 부러지게 쓰라.

당신은 메시지를 오만 음식을 다 취급하는 학교 앞 싸구려 분식집으로 만들고 싶은가, 아니면 고급 전문식당 급으로 승격시키고 싶은가.

둘째, 주제를 한 개에 집중하는 것 못지않게 명심할 점은 중요한 것을 앞에 놓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쓰면 훨씬 실감이 나게 마련이다. 사례와 관련 에피소드를 핀셋으로 집듯 콕 집어 글로 쓰는 것이다. 저 멀리 뜬구름 잡는,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이야기로 여겨지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이 한 이야기나 말은 그림의 떡이지만 바로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리더인 여러분이 겪은 실제 이야기는 바로 먹을 수 있는 떡이다.

스위스의 어느 유명한 소시지 식당 이야기다. 그 식당의 카피는 소시지에 대한 구구한 설명이 아니라 “우리 집 식구들과 직원들은 모두 아침저녁으로 우리 소시지를 먹습니다”라고 한다.

안전성, 청결성에 대해 이보다 더 큰 웅변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글의 구성에 대해 감이 잡혔다면 문장수업 순서다. 문장은 간결하고 싱싱할수록 좋다.

예전에 중년의 아티스트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젊어서는 장식음을 많이 쓰며 늘 변화를 주려 애썼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장식음을 다 지워나가며 단출하게 만들었다.”

글도 똑같다. 좋은 글, 맛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부사, 형용사, 수식어 등 장식하는 말을 아낌없이 덜어내라.

간결하고 짧게 쓸수록 전달력은 높아진다. 양념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일수록 요리의 차별성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 외국계 기업에서는 2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는 아예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 직행감이라고 한다.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것은 문장 길이, 문단 구성, 전체적 분량 모두에 적용된다. 보통 한 문장에 적합한 글자 수는 평균 20자, 많아야 40자 내외가 적당하다.

자, 이런 ‘글쓰기 공식’으로 오늘 당장 여러분의 흉금을 열고 상대의 심금을 울리는 하이터치 글쓰기 시작해 보지 않겠는가.

■김성회 (blizzard88@naver.com) 연세대학교 국문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세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현재 강남구청 공보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 《CEO의 습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