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까지 읽던 책은?
HIT : 756 WRITER : 다이애나 홍 DATE : 2009-05-30 20:00:16
盧 서거전까지 읽던 책은?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 공동체ㆍ삶의 질 담아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마지막 나날의 번민을 이렇게 표현했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책과 글과 담배를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삼락(三樂)`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고 싶어했던 책은 무엇이었고 쓰고자 하려던 글은 무엇이었나. 이에 대해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안 드림`이라고 전했다.

29일 경복궁 영결식장에서 만난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월 말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과 함께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을 뵈러 갔더니 `유러피언 드림` 책을 읽고 있다며 감명 깊은 책이니 꼭 한번 읽어 보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책상 가장자리에 꽂혀 있었고 서거 직전까지도 노 전 대통령이 줄을 그어가며 읽고 있었던 책이다. 이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책을 쓰고 있었는데 이는 `한국판` 유러피언 드림을 쓰겠다는 굳은 결심 때문이었다"며 "정치사적 거대 담론에 대한 문제점과 미래 정치 모델을 제시하고 싶어 이 책을 계속 참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 말 전에 책을 완성해 출판하려는 작은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책은 구시대적인 정치이념과 결별을 예고하는 책이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표방되는 기존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로 변질되면서 이에 대항하는 다원주의와 새로운 민주주의 징후들이 세계 곳곳에서 조용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 책 주제다.

이는 지역이기주의와 정치 보복 등 구세대적인 정치 관행과 결별하겠다고 주장해왔던 노 전 대통령 신념과 들어맞는다.

검찰 수사가 목을 죄면서 국민들이 서서히 등을 돌리고 홈페이지가 폐쇄되는 상황까지 치달았지만 그는 개혁과 변화를 끝까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 진보주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가까운 참모들과 학자들에게 공동연구를 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지난 27일 말했다.

이에 공동연구를 위한 회원 전용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장문의 글부터 메모에 가까운 연구 실마리까지 쉬지 않고 카페에 글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는 교수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치열한 주제의식과 문제의식을 담은 글들도 있었다.

이 측근은 "서거 직전까지 연구를 제안하며 올렸던 글을 보면 대통령이 아닌 시민 노무현으로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치열하고도 절박한 실천의 힘이 느껴진다"며 "그의 저작이 결국 빛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임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