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최고경영자 조찬 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점자 도서관 관장이신 이경혜님께서 ‘이경혜의 특별한 삶’을 주제로 강연을 해 주셨습니다.

이른 아침 많은 경영자분들이 오셨는데 오랜만에 뵙는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독서경영을 수료하신 강동석 회장님, 류홍석 사장님, 김광수회장님, 장진규사장님을 보니 우리식구라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경혜님은 시각 장애인이십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가느다란 목소리에는 삶에 대한 절절한 아름다움이 묻어났습니다.

22살 꽃같이 아름다운 나이에 앞을 볼 수 없는 처절한 현실을 맞이합니다.

대학시절, 집에 귀가한 그녀는 ‘집에 불이 났나? 왜 이렇게 집안에 연기가 뿌옇지?’하고 말을 하니, 식구들이 ‘무슨 소리니?  불이 나다니?’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시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차라리 귀를 의심했어야 했습니다.

포도막염, 홍체라는 염증이 나타나서 눈으로 옮겨와 언젠가는 실명이 된다는 처절한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치료해도 또다시 재발되어 결국 실명이 된다는 포도막염.....!!!!!!!!

집에 돌아와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눈이 있는데...왜? 볼 수 없단 말인가가가...?

그녀는 어떤 이유로 이병이 오는가? 어떤 이유로 재발이 되는가? 정말 견딜 수 없이 힘든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치료 3년을 약으로 버티며, 재발하고 재발하면서 형편없이 나빠져만 갔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캄캄한 방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다시 7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때 나이 22살이었습니다. 저는 22살에 어떻게 보냈나 하는 생각에 목이 메어 오더군요.

한 시간 만이라도 햇볕 쨍쨍한 거리를 걸어 보고 싶었다는 말에 청중 모두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요.

그녀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프랑스로 유학을 갑니다.

부모님은 경혜가 살면 얼마나 살겠냐고? 하고 싶은 대로 해주자는 마음으로 프랑스 유학을 허락했습니다. 유학시절 미친듯이 공부하고 재발하고 반복해서 대학강단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의하다 쓰러지고, 눈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200번이 재발하면 나는 죽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200번이 훨씬 넘게 재발했습니다.

죽음이 두려웠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책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어찌 책을 읽습니까? 책을 읽기위해 찾아간 점자 도서관에서 그녀는

새롭게 태어납니다.

시각장애인도 책을 읽을 수 있구나...

시각장애인 복지를 연구했습니다. 그 처절한 삶의 몸부림이 그녀를 점자 도서관장으로 새로운 사명을 부여 받았습니다.

만약 시각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 기본은 오직 하나, ‘고집’이었습니다. 고집이 있었기에 200번이 넘게 재발해도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그 고집은 열정이었습니다.

의사마저도 그만하자 했을 때 그녀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왜....?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해도 이 자세는 변함없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많은 것을 잃어봐야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비로소 깨닫는다는 것을...

훨씬 많이 잃은 지금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나보다 더 기구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그녀의 힘있는 말에 가슴이 시려오더군요.

무엇이 이경혜를 다시 살게 하였을까요?

고집, 정열이었습니다. 그녀는 결코 시각장애인이 아니었습니다.

진정 참살이의 고운 눈을 가진 천사였습니다.

체험하는 것과 산다는 것은 다릅니다.

똑같은 길을 가는데 여행자의 길과 방랑자의 길은 다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사물을 볼 수 있는 건강한 눈이 있습니다. 그 눈으로 무엇을 보십니까?

독서경영을 하는 저로서는 참으로 절절히 들렸습니다.

저는 늘 건강한 눈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함으로, 산을 오를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음에 감사함으로 살았습니다. 근데 오늘은 그 감사함이 차라리 아파왔습니다. 그녀에 대한 미안함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가슴속깊이 게으른 저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손으로 책을 읽는 시각장애인의 독서경영과

눈으로 책을 읽는 저의 독서경영은 무엇이 다를까요? 저는 혼, 혼을 담았느냐, 절절한 마음을 담았느냐...하는 것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녀는 책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강한 고독감에 책을 선택했습니다.

행복하고 싶었거든요...

이른 아침, 한 여인의 처절한 삶이 제 가슴에 종을 울렸습니다.

강의가 끝났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더군요.

건강한 눈을 가지고 있음에 얼마만큼의 책을 읽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