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으뜸]국내 1호 '독서 디자이너' 다이애나 홍
글=홍연정기자 사진 안윤수기자
“숨이 막힐 때마다 살기 위해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숨 막히는 가슴을 뻥 뚫어주는 마법의 힘이 책갈피에서 나왔습니다.
마냥 신기했습니다. 좋은 책은 좋은 세포를 만듭니다. 세포가 건강해집니다.
힘들 때마다 읽었고,
외로울 때마다 읽었고,
고독할 때마다 읽었습니다.
읽고 나면 세포가 웃고 행복해졌습니다.
마치 행복 주사를 맞은 것처럼요. 제게 독서는 행복입니다.
책으로 행복해진 저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의 빈 손에 책을 들게 하고, 독서 강국 코리아를 꿈꿉니다.…(중략)…책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책속의 향기가 운명을 바꾼다>(다이애나 홍 지음, 모아북스) 프롤로그 중
책속의 향기에 취해 사는 여자, 한국독서경영연구원 원장이자 국내 1호 독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다이애나 홍(44)의 저서 중에 담겨있는 이야기다.
관공서와 한국 대표기업들을 종횡무진하며 책 읽기에서 비롯된 지혜와 삶의 품격을 전달하고 있는 그는 사람들에게 독서를 통한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독려하느라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책과 사랑에 빠진 다이애나 홍은 “스트레스가 몰려올 경우 술 대신 독서 향기에 취해볼 것을 권한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책으로 새롭게 시작된 인생 제2막
17년 간 영어학원 원장으로 학원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그는 남편의 사업 부도와 함께 도미노처럼 자신의 삶이 무너져내렸다고 회상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학원을 만들겠다는 꿈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지요. 학원 문을 여는 오전부터 빚쟁이들이 찾아와 학생들 앞에서도 서슴없이 돈 이야기를 꺼냈어요. 제 모든 권위는 땅으로 떨어졌고, 빚 독촉이 너무 무서워 출근하기가 두려울 정도였어요. 혐오스럽고 수치스러운 일들을 매일 당하다 보니 살고 싶은 생각마저 없어졌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세상을 등지지 않게 붙잡아준 것이 바로 책이었습니다.”
그는 두려운 현실을 잊기 위해 말 그대로 ‘미친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먹고 사는 일도 힘든 와중이었지만 책을 읽으면 빈 쌀독에 쌀이 가득 채워지듯 마음이 풍요로워졌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었지요. 돈도 없고 직업도 없는 신세였지만 마음만은 편안한거에요. 매일 서점으로 출근해 하루 6시간씩 책을 읽었습니다. 경영, 경제, 자기계발, 리더십, 마케팅, 트렌드, 고전, 문학, 실용서 등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목표가 생겼지요. ‘책값 생각하지 않고 무슨 책이든 사서 읽을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고 싶다’는 소원이 생겼고, ‘사람들에게 이 좋은 책을 마음껏 선물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습니다.”
목표를 세운 지 4년만에 그는 책값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국내 1호 독서 디자이너로 원없이 책을 읽고, 꿈꾸던대로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전파하고 있다.
“책을 통해 ‘미래의 트렌드는 디자인이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꼭 물건만 디자인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가 가장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이 독서이다보니 ‘독서 디자이너’라는 영감이 떠오르게 됐고 2006년,그 영감을 직접 실천에 옮기게 된거지요.”
기업ㆍ관공서ㆍ학교 등에 독서 디자인 전파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 디자인을 해줄 것인가? 고민에 빠진 그는 누구보다 경영자의 애환과 고민을 잘 알고있던 차에 CEO들을 대상으로 ‘CEO독서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CEO든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던 간에 경영자들은 내면을 위로받을 필요가 있거든요. 우선 이들에게 적합한 책으로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주자 다짐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고충을 아는 것이 먼저였지요. 처음엔 중소기업의 CEO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제게 고민을 술술 털어내주셨고, 많은 CEO들이 성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외롭고 고독해진 영혼을 책으로 달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마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지요. 독서경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무르익어갈수록 이 땅의 경영자들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끔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한국독서경영연구원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홍 원장은 CEO들을 위한 책을 소개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직장인과 학부모 대상으로 독서 디자인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사실 양질의 독서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체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해 직원들을 코디해줄 수 있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많지 않지요. 저희 독서경영연구원이 그런 독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대신 해주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통해 기업, 학교, 관공서 등으로 독서 디자인이 확대되기 시작했어요.”
혼자 힘으로는 독서 디자인을 하기 부족해질 정도로 고객이 많아지자 그는 1년 여 전부터 독서 디자이너 양성과정을 개설해 제2의 다이애나 홍을 길러내고 있다.
DH 독서법 통해 한달 80권 다독 가능
독서 강의와 강사 배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한 달에 최소 50권에서 80권에 달하는 독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수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고 개성이 남다른 각양각색의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주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제 자신이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저만의 독서비법이 있기 때문에 책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쉽고 빠르게 캐치해낼 수가 있습니다.”
그는 본지 독자들을 위해 자신이 개발한 ‘DH(다이애나 홍) 독서법’을 소개했다.
“크게 초벌읽기, 반복읽기, 완성읽기의 3단계로 나눌 수가 있어요. 책 한 권을 세 번에 걸쳐 읽는 방법입니다. 첫째 초벌읽기는 프리뷰 단계이지요. 표지와 목차,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등을 자세히 본 후 전체적으로는 책을 쭉 훑어보면 됩니다. 반복읽기 과정은 하트리딩(heart reading)이라고도 하는데, 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읽어내려가며 눈이 가는 구절, 마음이 움직이는 구절 등에 형광펜으로 체크해가며 읽습니다. 가슴으로 사진을 찍듯 머리와 가슴에 각인을 시켜두는 것이지요. 마지막 완성읽기 단계에서는 핵심만 골라서 반복해 읽습니다. 이렇게 3번에 걸쳐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책이 본인에게 남긴 메시지를 노트 등에 꼼꼼히 정리해둡니다. 그렇게 하면 10년 전에 읽은 책도 생생하게 기억에 더듬을 수 있게 되지요.”
그는 자신의 독서 디자인 강의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책은 본인이 좋아하는 책이지요. 우선 독서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니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책부터 시작해보세요. 습관을 기른 후엔 시간 때우기용이 아닌,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독서를 해야해요. 그동안 <다이애나 홍의 독서향기>, <책읽기의 즐거움>, <책을 안 읽으니 바쁠수밖에> 등을 펴낸 바 있는데, 앞으로는 독서가 어떻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지 더 많은 이들을 위한 자기계발 서적을 집필할 예정입니다.” 글=홍연정기자 hong@ 사진=안윤수기자 ays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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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다이애나 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