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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듯 마음을 주는 독서법(2) ‘다섯 친구‘ 다이애나 홍

책 속의 향기는 그것 자체로 좋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을까?

≪책 속의 향기가 운명을 바꾼다≫(모아북스)와 ≪다섯 친구≫(모아북스)의 저자 다이애나 홍은 사람조차 믿을 수 없을 때 책을 믿어보라고 권한다. 물론 책이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걸 확신한다. 게다가 그녀가 보기에 책이 기업까지 살리기도 한다.  

다이애나 홍에게 책이란 영혼의 마사지다.

그녀는 책과 연애를 한다. 그래서 좋은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온몸을 마사지 받은 거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 뭐든지 감사하고, 뭐든지 잘 될 거 같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볼 때 작가에게 홀딱 반하고 작가의 가슴에 풍덩 빠지라”고 말한다.   “나의 가슴을 저자에게 홀딱 내줘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 추임새·맞장구·칭찬을 해줘야 합니다. 이 세 박자를 갖고 독서를 하면 독서가 행복해집니다. 토론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상대방의 의견에 추임새를 넣어주고, 맞장구를 쳐주고, 칭찬을 해주면 토론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됩니다.”   아이애나 홍은 전에는 보고 싶은 책 위주로 봤지만, 지금은 닥치는 대로 읽는다. 책을 보는 시간도 무척이나 빨라졌다. “전에는 책 한 권 읽는데 3시간 걸렸어요. 지금은 40분 혹은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책 보는 시간이 확 줄어든 건 수년간의 경험에 독서가 탄력이 붙어서 가능한 거예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이의 독서법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다. 다이애나 홍도 자신의 방법을 따라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단언한다. 그이 역시 효율적인 독서법이라고 하는 책들을 다 보고 따라해 봤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한단 말인가?   방법은 간단하다.

다이애나 홍이 첫 번째로 제시하는 방법은 포토리딩이다. 사진을 찍듯이 찰칵찰칵 찍으면서 읽으라는 것이다. 이 말을 처음 접하고 다이애나 홍은 눈으로 찍듯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것도 되지 않았다. 그때 다이내나 홍이 깨달은 건 눈으로 찍지 말고 가슴으로 찍어야 한다는 것.  

 “아하 그렇구나, 어머 그러네, 어쩜 이럴 수가…. 이렇게 동감하면서 가슴으로 찍어야 합니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 보니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저절로 기억할 수 있게 됐어요.”  

다이애나 홍은 하루에 많게는 네 권, 한 달에 50권에서 80권의 책을 본다. 그이가 닥치는 대로 읽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이는 절대 속독을 하지 않는다. ‘반드시’ 정독을 한다. “책을 읽을 때 스크린을 보듯이 한눈에 넣고 보세요. 그러다가 정말 중요한 부분에서는 눈을 현미경으로 바꾸는 거예요. 자세히 바닥까지, 뼛속까지 보는 정확하고 예리한 눈으로 읽어야 합니다.

유의할 것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어야 합니다. 저자의 가슴과 내 가슴이 만나는 순간이지요.” 이를 다이내나 홍은 핫 리딩이라고 칭한다.   책읽기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세하게 읽었다고 해도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없다. 다이애나 홍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책의 핵심을 적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척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저도 책의 핵심내용을 적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책의 핵심이 아니라 책을 읽고나서 얻은 내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적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저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요. 아이디어를 적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아이디어를 얻는 것, 이게 책을 정확히 읽을 때의 힘이라고 봐요.”  

다이애나 홍은 책을 읽을 때 꼭 한손에는 펜을 잡는다. 책의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억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이의 생각이다. “밑줄을 긋는 것은 가슴으로 한 번 더 느낀다는 것입니다.

좋은 문장이 나오면 한 번 더 따라 적기도 하는데,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한 번 더 적어서 새기는 거죠.”  

다이애나 홍은 운명의 책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운명의 책이란 책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 인생을 바꿀 만한 책을 말한다. 그녀에게 운명의 책은 앤소니 로빈슨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씨앗을뿌리는사람다. 그녀는 이 책을 서점 한가운데서 서서 읽었는데, 읽은 부분은 청소부였던 저자가 몇 년이 지나 영웅이 되어서 헬기를 타고 미국의 상공을 날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때 한 건물에서 밀대를 밀면서 청소를 하고 있는 청년이 저자의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청소부를 어디선가 본 듯해 어디서 본 누구일까를 곰곰이 생각한다. 그러다가 문득 8년 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전율을 느꼈어요. 청소부였던 저자가 8년 만에 이 도시 저 도시로 날아다니면서 강연하는 영웅이 되었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기에 그렇게 되었을까? 이게 궁금해졌어요. 책을 샅샅이 다 봤어요. 그 결과 저자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 딱 하나를 발견했어요.

 저자는 1년, 3년, 5년, 평생의 목표를 다 적었어요. 그때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영어학원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도 나의 목표를 다 적어봤어요. 그리고 실행했지요. 이게 진정한 독서예요.”  

 독서는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나에게 책 읽으라고 책을 읽겠는가, 아니면 책을 읽지 말라고 해서 읽지 않겠는가. 그저 책을 보니 행복했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책을 보는 경우도 있다. 다이애나 홍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녀는 단호하게 “읽기 싫으면 읽지 마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책은 딱 덮어두라고 한다. 그 책이 나쁜 책은 아니라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 책과 인연이 닿아야 해요. 운명의 책을 만나야지요.” 운명처럼 연애하듯 책을 읽는다면 진짜 행복하겠다.    

  ㅣ 글_ 이성수(시인,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