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게으름을 경계하여 아침산책을 다녀와 습관처럼 만보기를 보니 6331보이다. 일요일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만족할까 고민하는데 전화가 왔다. 본부장님께서 울산 “태화강 봄꽃대향연” 마지막 주말 꽃구경 가는데 같이 가자는 초청이시다.
망서릴 일이 없다. 오늘의 고민이 이렇게 빨리 풀리다니!!! Best Plan이다. 사진 전문가 고호진 화성공장장이 출사를 준비하며 계획해 놓은 일정이니 최고의 여정이 되리라. 나만의 비상식량 "양동 조청"을 크게 한술 떠 먹고 급히 따라 나섰다.
8시 출발하여 울산에 도착하니 9시쯤. 일요일이니 이르다 싶었으나 태화강변의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다. 강변에 잘 조성해 놓은 녹색 그라운드에는 축구열기가 후끈하다. 코너를 돌아서니 빨강, 하양, 노랑 꽃의 벌판이 펼처진다. 와! 규모와 화려함에 탄성이 절로 난다.
출사를 나온 고호진 공장장은 아름다운 개양귀비꽃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군락을 이룬 꽃밭 사이로 부드러운 S자 길의 한가로움, 익어가는 보리밭에 홀로 피어난 붉은 개양귀비의 고혹적인 자태 등이 사진 촬영에서 뺄셈의 미학이란다. 불필요한 배경을 빼고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만 깔끔하게 화면에 찍어낸 그의 작품 세계는 이미 예술이다. <?xml:namespace prefix = o />
태화강 '봄꽃대향연'이 성황을 이룬 성공의 요인에는 태화강변에 조성된 왕대나무 숲길이 큰 후원을 해주는 듯 하다. 강변을 따라 10리에 걸처 조성된 울창한 대나무 숲길은 서울에서 자란 나에게는 이국적 풍광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하늘을 향해 쭉쭉뻗은 왕대나무를 쫓아 하늘을 쳐다보니 그 기상이 충천한다.
울산의 유명한 맛집 함양집에서 육회 비빔밥을 먹고나니 대통처럼 비었던 뱃속이 꽉찬 기분이다. 늦 봄날의 무더운 한낮이지만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
다음코스는 울산 대왕암! 대왕암은 경주앞 바다 감포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울산에 대왕암이라니? 의아해서 표지판을 일어보니 문무대왕이 승하하여 호국대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니 왕비의 넋도 큰 호국룡이 되어 울산을 향하여 날아 한 대암 밑에 잠겨 용신이 되었는데 그용이 잠긴 바위을 대왕암이라 부른다고 한다.
멋진 호국설화를 간직한 대왕암 주변 해안의 풍광은 참으로 눈을 돌려 보는 곳마다, 발길을 옮겨 닫는 곳 마다 명승이요 절경이다.
해녀복을 입은 할머니들이 손수 물길질하여 갓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가라는 호객에 마음씀이 후덕하신 이종열 본부장님께서 못이기는 척 해산물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주문하신다. 해풍이 땀 젖은 겨드랑이를 씻겨주는 바닷가 파라솔 아래서 소주 한잔에 오돌돌한 해삼 한점을 넘기는데 어찌 목에서 카~ 소리가 절로 나지 않겠는가?
자동차, 조선, 화학 3대 산업기반을 갖추어 대한민국에서 근로소득이 제일 높다는 울산! 꽃과 십리 왕대나무 숲길이 어우러진 태화강 수변공원과 대왕암을 포함한 기암절경과 훌창한 해송거목이 시원함을 더해주는 해변공원을 두루 갖춘 울산! 부러운 도시이다!
여행중에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은 여행지의 특색 있는 맛집이 한 몫을 단단히 하는 듯 하다.
돌아오는 길에 경주에 들러 한양쫄면 집에서 비빔쫄면과 유부 쫄면을 먹었다. 주문하지 못한 우동쫄면과 냉쫄면 4가지 단순한 메뉴로 승부를 걸어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5월의 오후 5시면 아직은 식사시간도 아닌데도 기다려서야 맛을 볼 수 있었다.
태화강과 대왕암의 절경에 눈과 마음이 시원하였고, 점심과 저녁에는 맛집을 들러 큰 돈들이지 않고도 입이 즐거웠고, 그리고 고호진 공장장이 들려주는 사진촬영법과 본부장님의 잔잔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귀가 행복한 잘 짜여진 여행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의식과 같이 만보기를 찍어 카오톡에 올리니 오늘 총 걸음 수가 23,301보 이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정도 걸음이면 근육통으로 쩔쩔매었을 운동량이지만, 3개월간 지속한 '만보걷기 운동'으로 짧은 기간에 기초체력이 많이 좋아졌음을 실감하며 스스로를 격려해 본다.
더 할 수 없는 오감만족과 행복한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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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정근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