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오픈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텅빈 건물에 이제 새옷을 입혀야 합니다.

준비하고 계획했던 보자기를 하나씩 풀어서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는 코디를 할 것입니다.

시끄러운 소음이 귓전을 울리고

여기저기 정신없이 움직이는 작업장의 소음도 귓전을 울립니다.

공사판은 언제나 혼란 그자체입니다.

정신이 없습니다. 

온종일 노가다일을 했습니다.

쓸고 딲고 정리하고...

사무용품이 들어오고

전화가 들어오고

인터넷이 들어 왔습니다.

사람사는 세상같습니다.

그래도 영 마음은 안절부절입니다.

온 종일 노가다 일을 하다보니 육체는 지쳤가고

정신도 혼미해졌습니다.

자꾸 무언가 허전하고 불안합니다.

마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금단현상을 보이듯이

그저 정서 불안입니다.

그렇습니다.

커피 중독자가 커피를 마셔야 하듯

담배 중독자가 담배를 피워야 하듯

알콜 중독자가 술을 마셔야 하듯

저는

독서 중독자였습니다.

며칠 책을 읽지 않으니 영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내가 어디쯤에 서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무언가 자꾸 텅 비워져 가는 것 같습니다.

아, 머리가 텅 비워져 가는 느낌이었군요.

지식의 영양실조가 걸려버렸습니다.

어느새 저는 책 중독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중환자처럼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극 처방을 하지 않으면 정말 중환자실로 실려갈 만큼 증세는 점점 나빠져가고 있습니다.

물 먹는 하마가 물을 먹어야하듯

책 먹는 저는 책을 먹어야 했습니다.

주문한 책이 아직 도착이 안되고 자꾸 지연됩니다.

분량이 좀 많다 보니 시간이 자꾸 지연 되는 듯합니다.

며칠 책을 읽지 않으니 이렇게 금단현상이 나타나니

정말 웃겼습니다.

어느새 책 중독자가 되어버린 나 자신을 확인하니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담배를 끊으면 건강해지고

커피를 끊어도 건강해지는데

책을 끊었더니 혼란이 찾아오더군요.

중독은 무섭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쳐도 영 시원치 않았습니다.

무언가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것 같은 불안정성,

그래서 옛선인들이 이런 말을 남겼나  봅니다.

'하루의 시작을 책으로 하고 하루의 마무리도 책으로 하라.'

저를 두고 한 말인 듯합니다.

'아침에는 책에서 배우고 저녁에는 사람에게서 배워라.'

역시 저를 두고 한말인 듯 합니다.

이제 저는 책을 떠나 살 수 없는 중독된 삶속에 있습니다.

독서 중독

좋은 일까요? 나쁜일까요?

어쨋건 저는 지금 책이 고픕니다.

오늘도 배달이 안된다는 말에 온 몸에 힘이 없습니다.

환자에게 수액을 주듯

제겐 책이 필요합니다.

내일은 꼭 도착 되게 해 주소서...

제 영혼이 다 말라버리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