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하다.

지나온 몇몇 사건들을 생각하니.

그래서 삶에 쉼표를 찍어나하나보다.

가끔 보고싶다.

진짜 나를, 너무 많은 시간들을 가짜의 삶으로 채우지 않았나.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행복한 척, 부자도 아니면서 부자인 척, 여유가 없으면서도 여유있는 척, 척, 척, 척 하며 살았다.

왜일까? 자존심일까? 욕망일까? 꿈일까? 허영일까?

자존심이 살아있었고, 가슴에 욕망을 담은 꿈이 꿈틀거렸다. 날마다 날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다.

척, 척, 척하며 살았더니 진짜 그렇게 되어져가는 것은 왠일인가.

행복이 가랑비처럼 스며들기시작하고, 점점 부자가 되어가가고 있고, 없었던 여유도 점점 많아졌다.

마치 빨래줄에 젖은 빨래가 햇살에 말라가듯, 내 삶은 어느새 뾰송뾰송해지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착각하고 살자. 척하고 살자. 머지않아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참 좋다.

이렇게 혼자있는 시간, 진짜나를 만날 수 있으니.

지나보고니 그랬다. 내 영혼은 갇혀있었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가 쌓아올린 벽속에.

그 속에서 몸부림쳤던 나, 살기위한 절규의 몸부림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다행이다.

가끔 목이 메어온다. 그런 내모습이 가련해서, 그러나 이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인내의 열매는 언제나 아름답다.

싱가폴행 비행기가 하늘을 날른다. 소중한 많은 것을 남겨둔 채,

아침이면 학교늦어 한바탕 난리법석을 떠는 아이들, 이제나 저제나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남편,책상위에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최근 신간들, 연구실 창가에 조용히 미소짓은 초록나무들, 내가 즐겨듣는 모짜르트 협주곡 21번 K 476 2악장, 아침이면 나를 산으로 데리고 가는 낡은 운동화,소중한 이들을 남겨두고 홀련히 떠났다.

역시 눈물이 난다.

눈물, 참 고맙다. 외로울 때 친구가되어주고, 슬플때도 기쁠때도 친구가 되어준다.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가장 아름다운 통로, 그것이 눈물이라 했던가.

하늘을 보면 언제나 그렇다. 몽실몽실 구름이 하늘끝에 폭신폭신한 이불처럼 열려있다.

갑자기 막 들러눕고 싶어진다.

싱가폴, 책에서 배운 리관유 총리의 리더십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마음속에 꿈을 품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4년전부터 꾸었던 마음의 소망이었다. 싱가폴 리관유 총리는 혁신은 어떤것일까?

호기심이 있어서일까.

싱가폴 가이드의 말이 귀를 열어주고 눈을 열어주고 가슴을 열어준다.

그랬구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싱가폴, 마약이 없고, 테러가 없어 세계 국제회의 일년내내 열린다고.

멋지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어야 할 것은 없는 곳이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가능성이 있고, 불가능이 없다. 특히 하늘높이 뻗어있는 초록 나무가 많고 껌, 술, 담배 모기가 없다.

세계무역 중심지 답다. 바다 끝인지 하늘끝이지 모를 푸른 바다위에는 배가 평소에도 1,000척이나 띄어져 있다.

무역의 허브란 말 실감난다.

독립한 이후 경제성장이 189배나 된다고. 중국은 부자가 26%라면 싱가폴은 대부분 부자들이다.

서울시만한 면적, 제주도 절반, 국민소득 4만불, 골프장 22개. 유럽형 중국계 77%

재미있는 것은 1년에 새해가 4번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1년에 4계절이 있는데,

1년 내내 인사말이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를 하니, 그래서 잘 사는 나라가 되었구나.

역시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 복많은 사람은 복받을 짓을 하기때문이다.

놀랍다.

온통 초록세상이다. 어릴적 동네 한가운데 그 자태를 뽐내는 우람한 정자나무가 그곳에는 온통 가로수로 장식되어있다.

아름다워 눈을 뗄수가 없다.

건물은 또 어떤가,

건물을 타고 자라는 이름모를 넝쿨 나무들은 건물인지 숲인지 눈을 헤갈리게 한다.

80%가 국유화 되어있어서일까. 도시계획은 또 어떻고. 깨끗하다. 멋스럽다. 한 곳도 같은 건축물이 없다는 것,

보는 눈이 즐겁다. 건축디자인들의 눈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왜 싱가폴을 두고 아시아의 유럽이라 칭했는지 그 궁금증이 모두 눈앞에서 시원하게 답을 준다. 마치 시험문제 정답을 보는 것 같다.

낮엔 초록세상,

밤엔 빨주노초파남보세상,

화려한 야경이 섹시한 여인의 화장술같다.

연인들의 낭만을 싣은 리버보트, 이곳에 오면 누구나 행복해진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오페라하우스, 셴콘웨이의 빌딩숲을 지나 바다 입구까지 유람하며 싱가포르 강의 아름다운 경치는 영혼을 흔들기 충분하다.

외로운 가슴은 더 외롭게, 설레는 가슴은 더 설레게.

다음날,

참 신기하다. 어찌 이런세상도 있구나. 인도네시아 바탐섬,

원주민 마을의 일상, 그들의 일상이 아련한 어린시절과 오버랩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 타미머신을 타고 40여연 전의 세상을 돌아온 듯하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빨래줄을 만들고, 웅덩이를 파서 물을 길어먹고,

귓간은 또 어떤가.

그런데 놀랍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의 눈빛, 그 눈빛은 빛이 났다. 마치 햇살이 나무잎을 빛을 발하듯

그들의 순수한 눈에는 빛이 났다. 자연속에 살아서 자연을 숨쉬고 자연이 친구이기때문일까.

그들의 삶은 자연을 많이 닮았다.

바나나 한봉지 1달러.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빛에 매료되어 바나나를 사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을 찍으니, 포즈는 또 어떻고. 귀엽다 못해 사랑스런 아이들.

일년 내내 반바지 2벌과 반팔 2벌이면 된다고.

돈이 없으면 학교를 갈 수없다는 말에 가슴이 찡하니 종이 울렸다. 의무교육이 아니라서. 불과 1시간 차이인 싱가폴은 분부셨고, 인도네시아 바탐섬은 눈물났다.

리더가 누구이냐에 따라 세상을 이렇게 달라질 수있음을,

세상이 아무리 시끌씨끌하다고 해도, 인생이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진리는 단순하다.

삶에는 절규가 있어야한다.

' 나도 한번 잘 살아보겠다는'

싱가폴,

강도 없도 산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 쓸모없는 땅뿐이었다.

그런 곳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낸 그들의 가슴에는 삶에 대한 절규가 있었다.

모두 다른나라에서 수입해서 다시 수출하는 나라.

참 신기하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가 있다면 부자는 무엇을 팔까에 초점을 맞추고 가난한 사람은 무엇을 살까에 초점을 맞춘다고.

싱가폴은 그렇구나. 다시 재생산에서 파는 재주,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성공한 사람에게는 성공하는 이유가 있고

실패하는 사람에게는 실패하는 이유기 있듯이.

여행을 마치고 다시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바탐섬 이름모를 아이들 그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마음에서 자꾸 꿈틀거린다. 머지않는 날에 다시 그곳을 찾고 싶어라.

그들이 공부할 수있는 책과 미래를 담아서.

그래서 김혜자님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고,

오프라윈프리가 학교를 세워주고 교복을 맞춰졌구나.

이번 여행이 또 다른 꿈을 안겨주었다.

꿈을 이룬 사람보다 이루어할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래서 사는 게 참 행복하다.

2010, 11, 24-28 싱가폴 바탐 여행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