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소나무와 파란 하늘 그리고 책 한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계절이 주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위대한 자연앞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얄밭은 지식은 접어 두라 했던가? 그래야 자연이 주는 위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자연은 있는 그대로 조금의 가식도 없이 우리에게 한결같이 다가온다. 가슴을 움직이게 한다. 몇년전에 홀로 산에 간적이 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맘껏 취해 나는  어느새 감성의 신데렐라가 되어 있었다.

푸른 소나무아래 책한권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 올려다 본 하늘이 그렇게 눈이 부실 수가 없었다. 높은 산에서 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는가? 푸르고 푸르기만 한 하늘을... 그 하늘아래 소나무 아래 넓다란 바위위에 홀로 앉아 조용히 읽어 내려 간다. 또다른 세상이 그곳에 있는 것이다.

그때 그 감성이 시키는대로 한편의 편지를 적었다.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싶은 분이 있었기때문이다.

공박사님 안녕하세요?

어제는...

햇살이 너무 고왔습니다. 그냥 흘러보내기 아까운 햇살이었어요.

일요일 오후, 종종걸음으로 산을 올랐습니다. 여느때처럼 MP3와 함께....

나무가지 사이 사이로 고운 따사로운 햇살이 아름다운 동양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행복한 발걸음을 규칙적으로 내 딛었고, 나무도 하늘도 땅도 햇살도 너무 좋은 오후였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거의 정상에 가까워지니 하늘은 유난히 더 파랬습니다. 어느 물감이 이보다 더 이쁠까...

푸른색 소나무와 파란하늘이 너무 잘 조화되어 이 땅에 평화를 비쳐주고 내 마음에 고운 풍선을 띄어주는 듯하였습니다. 마음이 한없이 부풀어 올라 설레임으로 넘쳐 흘렀고, 산에 오르면 이처럼 뭔가 희망적인 설레임이 내 가슴에 환희를 부르곤 합니다. 화려하고 평화로운 미래가 뇌리에 스쳐갔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는 어느 소나무 아래 저는 미리준비한 자리를 폈습니다.

파아란 하늘은 말없이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려다 본 하늘인가?

사람들의 지친 마음에 한아름 산소가 되고 희망의 빛이되고 어지러운 현실을 씻어주는 얼마나 고마운 하늘인가? 뛰면서 하늘을 오려다 보는 것은 지치지 않기 위함이라는 '달리기와 존재하기'의 저자 조지쉬언의 이야기가 오늘의 이 하늘을 두고 한 말 인 것 같았습니다.

소나무 잎들이 하늘 하늘 춤추고 바람은 조용히 봄이 오고 있음을 노래하는 것 같았습니다.

파아란 하늘과 소나무 잎들이 하늘 거리는 진 풍경은 자연 아름다움으로 말하기엔 너무 벅차 신의 예술품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메낭에 들어있는 책 한권을 꺼내 읽었죠.

소나무 밑에서 나는 어느새 책속으로 여행을 떠났답니다.

책속의 주인공이 된 나는 때때로 가슴이 메어오기도 하고, 기쁨에 벅차 혼자 미소짓기도 하면서 완전히 책속으로 마음을 맡겨버렸습니다.

이순간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또 다른 삶을 살게 되지요. 짧은 시간이지만...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새로운 것들을 느끼게 되고 가슴에는 많은 것들로 기쁨과 슬픔 놀라움 감동들이 물결되어 출렁입니다.

파아란 하늘아래 소나무 잎들의 축복을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이 순간...이 순간은 그 무엇이 이보다 행복할까...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주심에 감사하고,

튼튼한 다리를 주심에 감사하고,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감성을 갖게 해 준 가슴에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 주심에 감사할 일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모든 것들보다 더 감사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공병호 박사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주신 유일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